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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익정보제공 활동가 작성일23-06-12 00:00 조회3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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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각장애인 몇 사람과 저녁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시각장애인이 볼멘소리를 했다.

“시각장애인은 왜 국산 영화만 봐야 합니까?”

처음엔 필자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화면을 볼 수도 없고 들리지도 않는데 외화를 어떻게 보란 말입니까?”

몇 해 전에 사라진 더빙 영화 이야기였다. KBS에서 <명화극장>이 사라진 것은 2014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황야의 무법자” 등의 영화를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웠다. 물론 요즘 같은 화면해설은 없었지만,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보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외화라도 전부 우리말로 더빙을 했으므로.
600만불의 사나이”는 미국 ABC 방송에서 1974년부터 1978년까지 방송했다고 한다. 전직 우주비행사인 공군 파일럿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 분). 우주 비행 중 사고로 한쪽 눈과 한쪽 팔 그리고, 양다리를 잃어 수술받은 후 사이보그가 된다. 여기에 들인 돈이 600만 달러쯤 된다고 했다.

“소머즈”는 `The Bionic Woman`이라는 제목으로 1976년에서 1978년에 걸쳐 3시즌까지 만들어졌는데 시즌1과 시즌2는 ABC에서 방송했고 시즌3은 NBC에서 방송되었다고 한다.

테니스 선수였던 제이미 소머즈(린제이 와그너 분)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다가 낙하산이 안 펴져 중상을 입게 된다. 이에 미국 정부는 “6백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에 이어 `바이오닉 우먼`을 만들어 낸 것이 소머즈다. 소머즈는 사고로 인해 다친 양다리, 오른쪽 팔, 오른쪽 귀를 잃고 사이보그가 된다.

“소머즈”는 “600만불의 사나이” 자매품 같은 내용인데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스티브 오스틴의 눈을 멀리서도 볼 수 있고 야간 투시도 가능했으며 필요하면 두 다리는 시속 100km로 달렸다.

소머즈도 스티브 오스틴과 비슷했지만, 특히 소머즈가 돋보이는 것은 청력이었다. 소머즈가 귀를 세우면 못 듣는 소리가 없었다.
600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초능력에 열광했다. 특히 장애인들은 그들에게서 장애인의 미래를 보고 나름대로 꿈과 희망을 키우기도 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사이보그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각설하고 그 밖에도 “황야의 무법자” “맥가이버” “CSI 뉴욕”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극장에 가지 않고도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었다. 물론 화면해설이 없었을 때이므로 시각장애인은 약간 불편했고 청각장애인은 보기가 좀 어려웠지만.

그동안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에서는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는 외화 한편씩을 방영했었다.
토요명화>는 KBS 2TV에서 1980년 12월 6일부터 2007년 11월 3일까지 방송되었던 영화 프로그램이다.

<주말의 명화>는 MBC에서 1969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TV 영화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인기를 모아왔으나 2010년 10월 가을 개편에서 폐지되었다고 한다.

<영화특급>은 1991년 SBS 개국과 동시에 편성하여 처음에는 토요일 밤에 하다가 나중에는 금요일 밤으로 편성하는 등 2011년까지 20년 동안 방영한 SBS의 영화 프로그램이다.

KBS <명화극장>은 1969년 9월 17일부터 2014년 12월 26일까지 KBS1에서 방송되었던 영화 프로그램이다. 명화극장의 오프닝 음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OST를 편곡한 시그널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이들 영화는 대부분이 더빙 영화였는데 더빙 영화가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 저조라고 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채널이 늘어나고 인터넷 방송도 생기고 해서 시청률이 저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어르신이나 문맹자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더빙영화를 없애다니 이건 거대 권력의 횡포였다.
당시에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명화극장은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스스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해외 영화 감상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는 폭거와 같은 것이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에이블뉴스 2014. 12. 22.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성명서에서 발췌)

그러나 그뿐이었다. KBS의 <명화극장>폐지는 폭거와 같으니 즉각 중단 하라고 했지만 끝내 폐지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여러 채널에서 CSI 등 여러 가지 외화를 방영하고 있지만 전부 자막이다.

자막 외화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상파를 비롯하여 케이블 TV 영화 채널 등 다수의 채널에서 해외 영화를 방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각장애인이 감상할 수 없는 자막만으로 방영하고 있고, 화면해설 방송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4년 KBS의 <명화극장>이 폐지될 무렵 인권을 퇴보시키는 명화극장 폐지를 즉각 중단하라! 명화극장 폐지는 사회적 약자의 문화 향유권을 빼앗는 사회정의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KBS는 우리 사회의 인권을 퇴보시키는 명화극장 폐지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KBS의 <명화극장>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뿐 아니라 한국성우협회 그리고 심지어는 개인이 KBS 앞에서 팻말을 들고 1인 시위까지 벌였었으나 명화극장은 폐지되었다.

KBS는 명화극장이 국민들이 내는 시청료로 제작된다고 했으나 폐지되었다. KBS는 입만 열면 국민의 방송이라고 했는데 국민 없는 국민의 방송이고 어찌 보면 국민을 기만하는 저들만의 방송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사람은 집에 텔레비전이 있으면 텔레비전을 보든 안 보든 상관없이 한 달에 2,500원의 수신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수신료를 잘 내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꼼수가 전기요금의 통폐합이었다.

현재의 한국전력 위탁징수제도는 지난 1994년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당시 수신료는 KBS 징수원에 의한 직접 징수였는데 수신료 징수가 비용은 많이 들고 효율성은 낮아 공영성 높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충분히 조달되지 못하고, 일부 시청자의 납부 회피로 선의의 납부자에게 피해를 주는 등 문제가 많아서 통폐합했다고 한다.

아무튼 KBS의 <명화극장>은 수신료로 제작된다고 했으나 수신료는 폐지되지 않았지만, 명화극장은 폐지되었다. 시각장애인연합회와 성우협회 등 많은 사람이 반대했음에도 KBS에서는 폐지를 시행했다.

어르신이나 문맹자 그리고 시각장애인은 국민도 아니라는 말인가?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문맹이 아님에도 텔레비전 외화에 자막이 어른거리고 빨리 읽을 수 없어 읽기가 힘들다며 예전처럼 목소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실정이니 더빙 영화를 법이나 제도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성우협회를 찾아보니 작년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우리말 더빙을 위한 법제화 토론회”가 열렸단다. 법제화라면 어떤 법에 어떻게 넣자는 말일까. 필자는 이 토론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문의를 했다. 어떤 법에 어떻게 법제화를 하는지 문의했더니 그날의 토론회 자료를 필자에게 보내 주었다.

더빙(Dubbing)이란 일반적으로 방송, 영화 등의 녹음 작업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여기서 말하는 더빙이란 외국영화에 우리말 음성을 녹음하는 것이다.

더빙 영화는 시각장애인과 같이 자막을 볼 수 없는 경우 외에도 아동이나 문맹자 난독증과 같이 자막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나이 많은 어르신은 글자를 알아도 빨리 읽기가 쉽지 않아 더빙 영화가 필요하다.

*현행 「방송법」 제69조 ⑧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한국수어ㆍ폐쇄자막ㆍ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이하 “장애인 방송”이라 한다)을 하여야 한다.

*개정안, 「방송법」 제69조 ⑧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한국수어ㆍ폐쇄자막ㆍ폐쇄자막ㆍ화면해설ㆍ한국어 더빙 등을 이용한 방송(이하 “장애인 방송”이라 한다)을 하여야 한다.

「방송법」 제69조 ⑧항에 “한국수어ㆍ폐쇄자막ㆍ화면해설ㆍ한국어 더빙”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KBS의 <명화극장> 폐지는 어떤 프로그램의 폐지보다 심각한 사안임에도 KBS 기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기껏해야 언저리 언론에서 빼액하고 외치다가 그것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국 자본의 논리에 약자들의 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자본의 논리, 수요가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

그러나 자본의 논리에 무너지는 것은 지구 환경뿐 아니다.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도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KBS <명화극장>은 1969년 9월 17일부터 2014년 12월 26일까지 KBS1에서 방송되었던 영화 프로그램으로 KBS의 역사이자 어찌 보면 시각장애인 등 약자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방송법」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①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제6조 ②항에는 “방송은 성별ㆍ연령ㆍ직업ㆍ종교ㆍ신념ㆍ계층ㆍ지역ㆍ인종 등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라고 하지만, 출처는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이 말은 사실이기에 인류에 회자되고 있다. 아무튼 KBS는 명화극장 폐지로 역사를 잊고 있는 것 같다.

KBS는 지금이라도 우리말 더빙의 <명화극장>을 조속히 복구하라. 그래서 시각장애인이나 어르신도 외화에 접근하게 하라. 「방송법」 제69조 ⑧항이 개정되기 전에 KBS 스스로 시각장애인 등 약자들의 역사를 되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도 예전처럼 CSI를 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 병원이야기 ‘시카고 메드’나 미국 소방관 이야기를 다룬 ‘시카고 파이어’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말 더빙을 안하니 눈 감은 것도 서러운데 외화 마저 못 보게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나라냐고 한탄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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