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장애인 안마 시술 행위에 이례적 무죄 선고

최동순 2020. 9. 2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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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아니어서 안마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고용해 안마 시술 영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마시술소 업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안마사의 업무 한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법규가 위헌이어서, 비장애인이 안마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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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한계 벗어나"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가능한 현실에서 논란
서울중앙지법 전경

시각장애인이 아니어서 안마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고용해 안마 시술 영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마시술소 업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안마사의 업무 한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법규가 위헌이어서, 비장애인이 안마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위헌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던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무죄 판결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안마사 자격이 없는 이들을 고용해 안마 시술소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을 받게 된 A씨는 "시각장애인만 안마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이 위헌"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최 판사는 A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기각하면서도, 안마사규칙 2조가 의료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났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조항이 '안마사 자격 없이 할 수 없는 안마'가 무엇인가에 관해 규정하면서도 정작 △안마의 부위 △강도 △목적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안마를 포괄했다는 것이다.

최 판사는 "의료법이 위임한 안마사의 업무한계는 '의료행위에는 미치지는 않지만, 일정한 수련・교육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 안마사에 의해 시술되어야 할 만큼의 준(準)의료행위성을 띠는 업무'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위생상의 위해 발생의 우려와는 무관하게 모든 형태의 안마 행위를 포괄하도록 규정된 안마사규칙은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따른 위임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안마영업이 금지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없으므로, 무자격 안마업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선고했다.

법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판사는 "근래 안마나 마사지 시장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그에 종사하는 사람이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됨에도 자격을 갖춘 안마사는 1만명도 채 안 된다"며 "우리 국민 입장에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법행위에 동참하게 하는 결과가 야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시각장애인만 정식 안마사로 보고 있는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와는 매우 결이 다른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앞서 헌재는 2017년 12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조항의 위헌제청심판에서 "시각장애인의 생계를 지원하고 직업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라며 합헌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 이후에도 비시각장애인의 안마 영업과 형사 처벌, 헌법 소원 청구가 이어지면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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