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한국시각 기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한 32개 국가가 월드컵을 차지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국내 지상파 3사는 개막전을 비롯해 대부분의 경기를 생중계했고, 특히 한국 국가대표팀의 네 경기는 메인 중계진의 중계로 동시 송출됐다. 

코로나 19의 위기를 딛고 열려 연일 이변과 명경기가 속출하는 카타르 월드컵. 그중에서도 우리 대표팀은 만만치 않은 조에 속하면서도 강호 우루과이전에서 선전하고, 포르투갈전에서는 역전승을 거두며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드라마를 써냈다. 

하지만 나는 시각장애인으로서 경기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짜증났다. 캐스터의 중계에만 의지해 경기 내용을 짐작하다 보니 설명하지 않는 부분은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캐스터의 중계는 주로 비장애인 TV 시청자를 위한 것이기에 음성만으로는 누락되는 내용도 있다. 특히 최근 축구 경기 양상은 예전에 비해 빠르게 전개된다. 그러다 보니 캐스터가 다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시각장애인은 라디오를 통해 축구를 즐겼다. 라디오 캐스터와 해설자가 따로 있고, 설명도 청취자를 위한 것이기에 매우 자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MBC에서 TV와 연결하는 라디오 중계 정도만 있다 보니 시각장애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특히 KBS에는 제3라디오 방송이 있다. 이는 장애인 전문 채널로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월드컵은 별도의 중계가 없어 아쉬웠다. 필자는 KBS만이라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중요한 행사는 별도로 장애인을 위한 중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시각장애인이 조금 더 재밌게 스포츠 중계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와 예능의 경우, 일부 화면 해설이 제공된다. 반면 정작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주요 스포츠 행사는 화면 해설이 없다. 이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늘 요즘과 같은 개최 시기만 되면 문제가 된다. 지상파 방송 3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시각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들여 후에 있을 스포츠 주요 행사는 반드시 화면 해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국회의원들에게 바란다. 중요한 스포츠 행사의 중계가 있을 때는 반드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이 도입되도록 관련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동안 장애인은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응원하며 화합하는 스포츠 행사조차도 소외돼 왔다. 이제라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스포츠를 시청하고 청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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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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